💦 잉잉이님, 두려운 게 있나요?

2022. 6. 14.

💦 두려운 게 있나요?

잉잉이님 안녕하세요. 잉잉레터의 관리자 이모(emo)예요😊 지난 레터에서 '풀리지 않은 감정'에 대해 질문을 던졌었죠. 주제가 너무 무겁진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이번에도 여러 잉잉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줬어요. 활자에 감정이 묻어 나오는 다양한 사연들. 어떤 이야기는 깊이 공감되어 읽다가 울컥하기도 했어요. 위로를 주면 좋겠다는 마음에 시작한 뉴스레터인데 도리어 위로를 얻어갈 때가 많답니다😌 속에 들어앉은 감정을 어쩌지 못해 괴로운 모든 사람들에게 평온함이 찾아오기를 바라며, 오늘의 레터를 시작해 볼게요!

잉잉이A

마음 한구석에 늘 동생에 대한 미안함이 있어요.

잉잉이B

저는 제가 아팠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괜찮은 척한다구 사실 힘들었던 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게 참 아직까지 마음에 남아있어요..!! 요즘은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긴 하는데 사실 아직 그때의 괜찮은 척했던 게 온전히 다 풀린 건 아닌 것 같아요 ㅠㅠ

잉잉이C

치매 환자의 가족으로 사는 건 정말 괴로운 것 같아요. 오늘 아침에도 갑자기 욕을 하고 멱살을 잡으면서 분노를 표현하시는 할머니의 행동에 많이 놀랐어요. 처음에는 화도 났지만 출근하면서 손이 떨리는 것을 보니 무섭기도 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은 그래도 어머니인데 어떻게 방도가 없지 않느냐며 참으라고만 하십니다. 참는 건 어렵지 않지만 상처받은 내 마음은 여전한데 말이에요.

잉잉이D

항상 괜찮다 괜찮다 하니까 저와 부모님을 소홀히 대하는 형 가족에게 화가 나요. 그리고 괜찮다고 말했던 저에게도 화가 나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매번 이해하려 했는데..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우리 가족이 버리는 카드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잉잉이E

저는 아버지와의 관계요. 제가 집에서 첫째다 보니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커 오면서 쌓인 여러 감정들 때문에 가끔 아버지를 볼 때면 뭐라고 정의 내려야 할지 모를 감정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번째는 저를 왕따시켰던 아이들에 대한 감정이요. 이건 정말로 커 가면서 잊으려고 애쓰는 거지, 잊혀지지 않고 잊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시작도 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아이들로 인해서 저는 삶도 포기하려고 했던 터라, 사과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그 감정이 여태 남아있네요.

잉잉이F

아빠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이 있어요. 성인이 된 이후로는 마찰이 사라졌지만 어린 시절 영문도 모르고 벌벌 떨어야 했던 시간들은 십 년이 훌쩍 지나도 흘러가지 않네요.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말수가 거의 줄었는데, 내가 나이기를 포기해서 지금의 평화가 유지되는 걸까 그런 생각도 가끔 들어요. 그래서 독립을 간절히 원하지만 실은 아빠 앞에서도 내가 자유로웠으면 좋겠어요. 억누르거나 감추는 것 없이, 아빠랑 잘 지내고 싶어요.

잉잉이G

아주 어렸을 때 이웃에 살던 사람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어요. 그땐 너무 어렸을 때라 그게 성추행인 줄 몰랐죠. 그저 엄청 불쾌한 기억으로만 남아있었는데, 나이가 드니까 어떤 게 잘못됐는지 그 사람이 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명확해지더라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감정은 옅어지기는커녕 더 강해졌어요. 그리고 몇 년 전 그 사람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부모님을 통해 들었어요. 속으로 와 그런 인간도 결혼을 하는구나 싶었죠. 당장이라도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 달려가 이 사람 이런 사람이다! 말하고 싶었어요. 살면서 그 사람을 마주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만약 마주쳐서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하면 저는 제대로 말할 거예요. 그게 아니더라도 세상 깨끗하게 산 척 유명인이 되어도요. 무슨 낯짝으로 그렇게 사냐고, 네가 그때 나한테 어떤 짓을 했는지 아냐고요. 제대로 사과하라고 할 거예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든 말든 그 일에 대해 저는 언제든 꺼낼 준비가 되어있어요.

⚪ 두려움이라는 감정

잉잉이님, 오늘의 기분은 어떠신가요? 저는 조금 긴장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어요. 주말 놀거리를 큐레이션 해주는 뉴스레터 '주말랭이'에서 잉잉레터를 소개해 준 덕분에 구독자가 갑자기 확! 늘었거든요. 더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기쁜 한편, 다음 뉴스레터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이 빠르게 엄습했어요. 레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자꾸 상상돼서 썼던 글을 고치고 또 고치고..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아 지난한 시간을 보내야 했죠🥺

기억은 감정을 따라간다고 했던가요. 두려움에 허우적대다가 문득 육교를 무서워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어요. 그땐 육교 위가 정말 높고 위태롭게 느껴졌거든요. 다리 밑을 달리는 자동차 소리는 또 왜 그렇게 살벌했는지, 육교가 무너지거나 난간 바깥으로 떨어지는 상상 때문에 발을 떼기가 어려웠어요. 아예 난간을 쳐다보지 말자고 고개를 들면 깜깜하고 거대한 밤하늘이 살에 닿을 것 같아 머리가 핑~ 돌았던 기억이 나요.

육교 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그때,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 있었는데요. 손을 둥글게 말아서 쌍안경을 만드는 것이었죠! 그 쌍안경을 쓰면 무서운 상상을 일으키던 난간이 시야에서 사라져 발을 내디딜 땅에만 집중할 수 있었거든요. 여전히 다리는 떨렸지만 한 걸음 두 걸음 발을 내디뎌 무사히 반대편에 도달할 수 있었고, 머잖아 쌍안경 없이도 육교를 건널 수 있게 되었답니다.

돌이켜 보면 두려움은 늘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미래를 내다볼 때 찾아왔던 것 같아요. 육교에서 벌벌 떨던 그때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쌍안경을 만들어 봤어요. 두려움을 일으키는 생각들을 가리고 지금 써야 할 한 글자 한 글자에 집중하다 보니 이번 편도 어찌어찌 마무리가 되었네요😊

잉잉이님도 두려운 게 있다면 이야기 나눠주세요.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분한 마음으로 읽어볼게요.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