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리지 않은 감정이 있나요?

2022. 6. 7.

💦 풀리지 않은 감정이 있나요?

잉잉이님, 잘 지내셨어요? 이제 7시가 되어도 창밖이 환해요. 해가 길어진 만큼 마음에도 여유가 느는 것 같아 좋아요. 한낮의 뜨거운 볕은 견디기 어렵지만요😅 요즘은 수요일마다 소소한 위로를 얻고 있어요. 그냥 넘길 수도 있는 잉잉레터를 읽고 계신 잉잉이님의 모습을 상상하면 고마움이 느껴지거든요. 보이지 않는 장면을 상상해야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함으로, 5번째 잉잉레터를 시작해 볼게요😊

잉잉이A

친구들을 부르면 언제든지 놀 수 있었던 여유로웠던 그때.

잉잉이B

어릴 때 그 순수했던 마음이 그리워요 ㅎㅎ 지금도 그렇게 마냥 천진난만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요즘입니다 ㅠ_ㅠ

잉잉이C

10대 때 좋아했던 연예인이요! 생각해 보면 저는 진짜 재미없는 학생이었거든요. 맨날 집-학교-집-학교만 반복하면서 공부만 하던 그런... 근데도 제가 학창 시절을 떠올릴 때 미소 짓게 되는 건 좋아하던 연예인이 같이 떠올라서 인 거 같아요! 제 별것도 없던 10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열정 넘치고 뜨겁게 만들어 주셔서 다시 한 번 고마웠습니다 오빠~!!

잉잉이D

어느덧 스물일곱, 자취한 지 7년째. 직장과 대학원을 병행하며 살다 보니 아침밥을 거르는 것이 당연 시 되었네요. 10대 때는 아침밥 없이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지금 글을 쓰는 시각은 오전 9시 37분인데요. 매일 아침 등교 전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간단하지만 맛있는 계란밥이 생각나고 그립습니다.

잉잉이E

고등학교 시절 석식 시간에 급식 안 먹고 배달 떡볶이 시켜 먹거나, 밖에 나가서 즉석떡볶이를 먹었던 기억이요 :) 원래는 안 됐어서 쉬는 시간에 몰래 전화로 시키고 배달 아저씨와 007작전처럼 몰래 뒷문으로 받고, 슬리퍼 신은 채로 자습 끝나자마자 즉석떡볶이집으로 달려가서 볶음밥까지 배부르게 먹고 온 기억이 새삼 그리워집니다. 이제는 물론 졸업하기도 했고, 배달앱이 생겨서 스펙타클하게 시켜 먹을 일도 없고, 단골집이던 즉석떡볶이집도 결국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아버려서 정말 추억이 되어버려서 주절주절 떠들어보았네요.

잉잉이F

외할머니가 아프시기 전, (외할아버지도 살아계셨을 때) 좁디좁은 외가 댁에서 식구들 이십여 명 다 모여 같이 밥 먹고 잠자던 그때가 너무 그리워요. 외할머니의 오이지, 동치미, 된장찌개도 그리워요. 이모 네 분, 그리고 우리 엄마까지 아무리 흉내 내려고 해도 외할머니 그 특유의 음식 맛은 아무도 똑같이 따라하지 못하시는 것 같아요.

잉잉이G

가끔 오랜 연애를 했던 사람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 사람이 그립고 보고 싶다기보다는, 그 시절이 그리워요. 아주 가끔은 사무치게 그리워서 훌쩍 거리기도 하는데, 지금 서로의 자리에서 멋진 모습으로 있는 게 서로를 위한 거라고 생각하며 쭈글해지지 않으려고 해요. 또 나를 위해서,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위해서 또 나를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리움과 슬픔을 게워내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 내가 만났던 사람 망했다더라~ 하는 것보다, 나 정말 멋진 사람을 만났었어~ 가 되게 하려고요. 그 사람에게 저는 멋진 사람으로 계속 남아있었으면 좋겠고, 그 사람도 제가 당신을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음 좋겠어요.

⚪ 해소되지 않은 감정에 대해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실은 괜찮지 않을 때가 있죠. 저는 화를 잘 못내는 성격이라 이따금 그런 일들을 만들면서 살아요. 며칠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거든요. 힘든 일이 있어 친구에게 어렵사리 고민을 털어놨는데, 분석적으로 접근하면서 별거 아닌 일로 치부하는 태도에 외려 상처를 받았어요. 제 감정을 무시하는 거 같아 화가 났지만 분노를 표현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면 내 맘이 상한다" 정도로 사근사근 얘기하고 친구에게는 사과를 받았죠.

이 일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줄 알았으나.. 다음 날 양치하면서 불현듯 그 일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친구가 제게 상처 주는 장면이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머릿속에서 재생됐어요. 제대로 화를 내지 못한 게 억울함으로 남았던 걸까요? 사과까지 받았는데 불러다가 다시 화를 낼 수도 없고.. 표현하지 못한 제 잘못이니 혼자 마음을 추스르고 있어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혼자 감정 소모가 얼마나 심한지😢 쿨하게 잊어야 한다고 애를 쓰니까 기억과 감정이 더 엉겨 붙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잉잉이님은 감정을 잘 표현하는 편인가요? 풀리지 않은 감정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무슨 이야기든 들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