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같은 사람

2024. 3. 5.

💦 사람 같은 사람

3월입니다. 겨울이 가신 줄 알았는데 연휴간에 추위가 매서웠지요? 잠깐 걷는데도 귀가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얇은 옷차림으로 돌아다녔더니 몸이 으슬으슬하네요. 어쩐지 아침에 일어나는 게 평소보다 힘들더라니... 감기에 걸리느냐 마느냐. 오늘이 기로인 것 같습니다. 저녁은 샤브샤브를 먹을 생각이에요. 스키야키도 좋겠네요! 든든-하게 먹고 한숨 푹- 자면 내일은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잉잉이님도 오늘 맛난 저녁 드세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잉잉레터를 처음 열어보신 분들을 위한 가이드📘 잉잉레터는 에디터와 구독자가 함께 만드는 뉴스레터예요. 매주 에디터가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감정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구독자들의 답변을 다음 호의 '레츠 톡 어바웃 이모션' 코너에서 나눕니다. 지난 호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편지를 들고 있는 이모(emo)를 눌러주세요!

잉잉이A

저에게는 찬란한 순간은 별로 없고 무난하게 갓생사는 것 같다가 회사를 안 다니는 주말만 되면 집에 처박혀서 누워있는 무기력한 시간이 있습니다. 균형있게 삶을 살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잉잉이B

어렵지만 솔직하게요. 저는 지금 아이를 가지고 싶습니다. 나를 닮고 나의 짝꿍을 닮은 건강한 아이를요. 저와 짝꿍은 고령이라 아이가 찾아오기가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요. 되돌아가고 싶은 내 모습은 "여보 나 임신했어"라며 신랑에게 임신테스트기를 내밀며 아기가 찾아왔을 때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추운 겨울 퇴근하면서 돌아온 저에게 "방 따숩게했어, 여기 앉아"라고 할때 고맙고 행복하더라구요.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고, 그때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다가올 미래의 내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잉잉이C

없어요, 사실은 없었으면 합니다. 저의 쭉 삶을 돌이켜보면 지금보다 더 평온한 날은 없다고 여겨지는데요.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던 제 모습은 종종 그립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는 남들의 기준에 맞추려고 부던히 노력하던 저라 열정은 부러우나 그게 진짜 제 것인지는 가물가물하네요. 제 스스로 무언가를 좋아하고 싶어서 파도하나 없는 잔잔한 바다같은 일상을 살아갑니다. 그냥 하는 것들을 많이 만들고 있어요. 씻고 밥을 먹고 제때 자고 그런 일상들이요. 예전에 그 단순한 것들 조차 하지 못해서 누워만 있던 생각을 하면 괜찮아지고 있구나 생각합니다. 동시에 그 시간을 버틴 나에게 고맙기도 하고 앞으로 살아갈 내가 두렵기도 하고 현재를 잘 살아가겠다고 맘도 먹고 그러네요. 앞으로 살아갈 저에게 가장 돌아가고 싶은 모습이 없었으면 합니다. 일상을 살아남아 쌓인 지금의 나로서 괜찮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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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같은 사람

막연히 '사람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문장도 "나는 인간이 되는데 전념하고자 했다"거든요. 출처는 모르지만요. 좋아하는 사람은 '인간적인 사람'입니다. 인간적인 게 뭐냐구요?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그냥 그런 것들이 저를 끌어당기더라구요. 연상을 해볼까요? 사람 같은 사람이란.

따뜻하다.
돕는다.
수용한다.
긍정한다.
희망한다.
꿈을 꾼다.
직면한다.
진실하다.
노력한다.
도전한다.
변화한다.
성장한다.
눈을 마주본다.
연결한다.
나눈다.
동경한다.
존중한다.
사랑한다.

좋은 기운을 가진 단어들이죠? 사실 처음에 35개의 단어를 적고 17개를 걸러냈어요. 걸러낸 단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실수한다.
틈이 있다.
기복이 있다.
완벽하지 않다.
변덕을 부린다.
욕심을 부린다.
그늘이 있다.
질투한다.
좌절한다.
회피한다.
도망친다.
후회한다.
미룬다.
무기력에 빠진다.
애쓴다.
자빠진다.
눈물겹다.

원래 제가 내면화하고자 노력했던 건 첫 18 단어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뒤의 17 단어에 더 마음이 가는 거 있죠? 35개의 단어를 나열하면서 제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렸어요.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사람들은 이미 저마다 사람 같은 사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그간 무언가 결여된 느낌에 시달렸던 이유는, 이미 달성한 목표를 쫓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사람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두 단어군을 골고루 섞은 다음 쭉 읽어내리다 보면 '인생'이라는 파도를 서핑하는 기분이 들어요. 사람을 주체로 하는 모든 단어를 포용하는 게 삶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 모든 단어는 아닐지도...😅)

'사람'이라는 단어에 게슈탈트 붕괴가 올 것 같은 오늘의 레터를 마무리하며 질문 드립니다. 잉잉이님이 생각하는 '사람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