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되돌아가고 싶은 내 모습이 있나요?

2024. 2. 6.

💦 되돌아가고 싶은 내 모습이 있나요?

잉잉이님 안녕하세요, 오늘의 인삿말은 박노해 시인의 구절로 대신하겠습니다. "아이야, 착하고 강하여라. 사랑이 많고 지혜로워라. 아름답고 생생하여라. 맘껏 뛰놀고 기뻐하고 감사하며 네 삶을 망치는 것들과 싸워가라. 언제까지나 네 마음 깊은 곳에 하늘빛과 힘이 끊이지 않기를. 네가 여기 와주어 감사하다. 사랑한다." 잉잉이님, 오늘도 잉잉레터를 펴주셔서 감사드려요!

*잉잉레터를 처음 열어보신 분들을 위한 가이드📘 잉잉레터는 에디터와 구독자가 함께 만드는 뉴스레터예요. 매주 에디터가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감정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구독자들의 답변을 다음 호의 '레츠 톡 어바웃 이모션' 코너에서 나눕니다. 지난 호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편지를 들고 있는 이모(emo)를 눌러주세요!

잉잉이A

최근 ADHD 증상을 보고 너무 소름돋았어요 딱 제 증상이라서요.. ADHD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우울증이 온다던 데 제가 그래서 우울증 증상이 있었나 싶더라구요 ㅎㅎ

잉잉이B

한 번씩 이런 이야기들이 인스타나 여러 매체에서 올라올 때마다 이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가요. “어? 나도 해당되는건가? 나도 생각이 끊임없는데? ” 하지만 이 생각은 또 다른 생각에 먹혀버려 금방 사라지곤 합니다. 2023년이 한없이 힘들고 재미있던 주식장의 그래프마냥 오르락내리락하다가 12월 완전 끝물때 쯤 일 하나가 터져서 멘붕 그 자체일 때, 모든 sns를 끊고자 마음을 먹고 나에게 집중하려고 마음먹고 그 마음가짐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나에게 집중하고자 하니 조용해지고 그 조용해진 틈을 타 생각들이 꼬리를 물어 그 꼬리가 메모장에까지 침범을 하여 제 폰 속 메모장엔 완전 저만의 세계가 그득그득 가득차고 있어요. 산만하다면 산만한 내 메모장이 정리가 될 수 있을까 싶어 호기심에 적어봅니다. 이렇게 보내는 것도 처음이라 너무 줄글로 적어 에디터님을 힘들게 하는게 아닐까 싶지만, 이게 맞겠지 하고 보내봐요! 2024년 다들 안힘들 수는 없겠지만, 덜어내고 행복하길 바라면서 줄여봅니다. 행복하세요 늘 잘 읽고 있습니다.

잉잉이C

성인 ADHD를 앓고 있던 동료가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였던 그녀는 저에게 설명하길 일을 순서대로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습니다. 의식하지 않으면 1-2-3-4.. 가 아니라 3-1-4-2.. 식으로 일의 순서가 뒤죽박죽이 된다고 했죠. 메모를 하더라도 하던 도중에 다른 길로 세기 일수라고 했습니다. 저 또한 그런 경향이 없지는 않아 참고할 겸 「젊은 ADHD의 슬픔」이라는 책을 읽어 보았는데 생각보다 더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단지 산만하다는 이유로 "나도 ADHD 같아"라고 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됐죠. 어쩌다가 우리는 모두 ADHD 같다는 말을 하게 됐을까요? 90년 초반에 태어난 저는 컴퓨터가 막 보급됐을 당시를 기억합니다. 그 당시 부모님들은 "네가 무언가 하지 않은 이유는 컴퓨터만 해서 그래."라고 할 정도로 컴퓨터, 특히 게임의 중독은 심했는데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언제나 컴퓨터는 두 살 터울의 오빠 차지였기에 저는 어쩔 수 없이 책을 달고 살았던 거 같아요. 그때는 잘 몰랐지만 스마트폰이 보급된 현재와 비교하자면 집중도가 확연히 다른 것 같습니다. 분명히 지금도 책을 달고 살고 있긴 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의식” 하지 않으면 텍스트가 읽히지 않는다는 점이죠. 특히 요즘은 인스타그램의 ‘릴스’와 같은 숏폼 콘텐츠의 부작용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관심사에 맞춰 알고리즘을 형성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짧은 영상은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집중하게 되죠. 하지만 이로 인해 “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집중력을 잃게 됩니다. 90%가 넘는 사람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고 우리는 그것들의 노예가 된 지 오래입니다. 후천적 ADHD가 생겨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해요. 원인이 분명하죠. 반대로 말하자면 후천적으로 잃어버린 우리의 집중력은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베스트셀러였던 「도둑맞은 집중력」이 생각났습니다. 마찬가지로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오는데 후천적 ADHD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엿보이는 듯합니다. 오늘부터 「절제 수업」을 읽기 시작했는데 거기서도 내 안의 “충동”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오늘날처럼 원하는 것을 쉽게 얻는 때가 없습니다. 원하는 바를 쉽게 얻다 보니 우리는 자제력과 집중력을 잃어버렸죠.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컴퓨터 적당히 하라고 했던 말이 단순히 노는 모습 보기 싫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찍부터 그 말의 뜻을 알아차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하지만 그만큼 우리는 잃어버린 집중력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도 합니다. 변화하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내 안의 충동을 절제하며 도둑맞은 집중력을 되찾는 24년이 되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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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앗 이것도 내 얘기. 저것도 내 얘기. 밑줄은 치지 않았어요. 어차피 전부 삶으로 경험 중인 것들이어서요. 책 한 권을 이렇게 빨리 읽은 건 오랜만이네요.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조증과 우울증을 왔다갔다하는 양극성장애에 대한 책이구요. 그중에서도 조증의 강도가 약하며 우울증의 비중이 높은 2형 양극성장애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저는 병원에서 진단을 받진 않았지만 비슷한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죠.

저자가 책에서 ‘봄날’에 비유하는 경조증 상태를 저는 ‘타오르는 시간’이라 불렀어요. 이후 찾아오는 우울증 상태는 ‘타고난 후 재가 된 시간’처럼 느껴졌구요. 현실이 그렇듯 타오르는 시간은 짧고 아름다웠어요. 재가 되어 가라앉은 시간은 칙칙하고 길었지요. 재가 된 시간은 그 자체로 고통스러웠지만 저를 정말로 힘들게 하는 건 따로 있었어요. 타오르는 시간의 내가 진짜 나라는 생각. 밝고 유쾌하고 매력적이고 사람들을 잘 웃기면서 영감과 아이디어가 샘솟는 나. 자존감이 하늘을 뚫을 듯 높고 어떤 일이 주어져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나. 그게 진짜 나라고. 아주 최근까지도 저는 굳게 믿고 있었어요.

그 믿음은 채찍이 되었습니다. 타오르지 못하는 저를 닦달하고 때리는. 그땐 잘 했는데 지금의 난 왜 이런 거야? 컨디션이 조금 안 좋을 뿐이야. 하루 이틀 자고 나면 다시 팔팔한 나로 돌아갈 수 있어. 그렇게 다 타버린 성냥을 성냥갑에 몇 번이고 문질렀어요. 희망과 강박과 집착.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우적대는 시간이 길어지면, 문장을 썼다가 지우길 100번 넘게 반복하다 보면. 그냥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어요. 사람들에게 까맣게 타버린 모습을 보여줄 바에야. 그냥 처음부터 전부 없었던 걸로 합시다. 아니면 긴 긴 꿈을 꾸게 해주시던가! ‘신’이라는 존재에게 능글맞게 타협을 시도했지요.

첫 사회생활의 파장인지 체감상 작년 늦여름부터 지금까지 쭉 재가 된 시간을 살고 있어요. 그러다 첫눈을 맞이하듯 예기치 못하게, 이 책을 마주한 것인데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내 마음을 적어낸 듯 공감 가는 문장들을 읽다 보면 치유받는 느낌이 들어요. 마음을 다독이는 이 시간이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내일은 다시 찾아오고,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고, 내일의 달도 떠오르고, 내일의 일과 고민도 감정도 나를 찾아오겠지만, 그래도 책을 읽고 이거 하나는 분명히 알게 되었어요. 밝고 쾌활한 기분이 영원하지 않듯이 지금의 우울함도 지나갈 거라는 거. 지나가는 중이라는 거. 계절이 순환하듯이. 타고 남은 재 위로 다시 싹이 트는 것처럼. 지나가는 중이다. 그건 꽤 위로가 되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제 ‘원래 상태의 나’ 같은 건 없다고 선언합니다. 반대로 모든 순간의 내가 나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명랑하고 사람들을 잘 웃기고 다정하고 좋은 생각을 하는 나도, 그렇지 않은 나도. 다 나라고. 그것만으로도 평생 저를 괴롭히던 내면의 소리 하나가 조용해진 기분이 들어요. ‘돌아가야 한다, 어딘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돌아가야 한다’ 끊임없이 울리던 그 목소리가요.

실은 힘에 부치는 건 레터를 쓸 때도 다르지 않았어요. 고마운 구독자분들께 정갈하고 재미있고 유의미한 글을 적어 보여드려야 한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만족스러운 집필 활동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건 ‘타오르는 시간’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뿐이었어요. 근데 이제는 그냥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요. 기복이 느껴져도 너른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려요. 그리고 감사드려요.

조울증 증상이 있지 않아도,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더라도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다면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잉잉이님의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5권의 책을 선물로 준비했어요. 참고로 저자의 직업은 의사랍니다. 남을 치료하는 사람도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거. 치료하는 사람, 아픈 사람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는 거. 그게 저는 그렇게 위로가 되더라구요.

각 문단의 분량이 고르지 않으면 균형이 맞춰질 때까지 다듬곤 했는데요. 오늘은 이 상태 그대로 마무리할게요. 들쭉날쭉한 게 우리 삶이랑 닮지 않았나요? (아니라구요? 저만 그런 거라구요? 그럼 저는… 잉잉이님을 조금 부러워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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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1. 양극성 장애의 우울 삽화를 우울증이라는 전혀 다른 질환으로 규정지어 지금의 나로부터 분리해버리면, 경조증 시기의 나를 ‘진정한 나’라고 맘껏 착각할 수 있었다. - p.24

2. 진단받은 지 수년이 지나서야 내가 2형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고, 경조증과 우울을 오가는 주기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조증이 높게 가면 우울도 깊고, 경조증이 얕게 가면 우울도 얕다는 사실도. - p.26

3. (부정적 감정을 억눌러왔으나) 감정이 사그라들었다는 건 착각이었다. 그렇게 켜켜이 쌓인 감정은 내 안에서 나를 갉아먹었다. 감정을 인정하지 않으니 표출할 수도 없었고, 부정적인 감정의 화살은 결국 나 자신을 향했다. - p.75

4. 일 년에서 일 년 반 주기로 경조증이든 우울 삽화든 둘 중에 하나는 꼭 나를 찾았다. 그러나 한 번도 치료는 받지 않았다. 경조증은 일상의 행운이자 ‘봄날’이었으니 치료받을 이유가 없었고, 우울할 땐 그저 자존감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 p.102

5. 우울과 자살 사고에 시달리면서도 완벽한 모습을 유지해야 했다. 스스로의 감정을 돌아볼 여유도, 조금의 쉴 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참 이상하지, 매일 그렇게 애쓰는데 인생을 잘못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죄책감과 수치심, 자기혐오는 나날이 심해졌다. - p.103

6. 만약 선택적으로 경조증만 겪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건 내 힘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치료를 중단하면) 경조증을 체험할 확률보다는 우울을 경험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 - p.179

7. 기분안정제를 먹기 시작하면서 나는 마침내 차분해졌다. 몇 년 만에 들뜨지도 않고, 우울하지도 않은 평상 기분 상태가 유지되었다. - p.181

8. 양극성 장애를 인정한다는 건, 의외로 내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경조증과 우울 삽화 때문에 생겨나는 수많은 드라마를 포기하는 것. 남들과 별다를 바 없는 일상을 단조롭게 여기지 않고 살아내는 것. 내가 특이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 p.182

9. 어쨌거나 평상 기분 상태를 최소 6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겪으며, 나는 ‘재미 없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 잘 지내냐고 물으면, 어깨를 으쓱했다. “너무 평탄한 일상을 보내고 있어서 딱히 할 말이 없네.” 그러면 상대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게 사람 사는 거지, 뭐.”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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