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잉이님, 세상이 무너져 내린 적이 있나요?

2023. 3. 21.

💦 세상이 무너져 내린 적이 있나요?

잉잉이님 안녕하세요, 잉잉레터의 에디터 이모예요. 오늘도 반가워요. 으레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요! 잉잉이님이 봉투를 열어주실 때 비로소 잉잉레터가 의미를 찾게 되거든요. 반갑고 또 감사해요. 잉잉레터에 머무는 시간이 잉잉이님께 아무쪼록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으로 이번 호도 열심히 만들었으니까요. 지난 호 주제 '지키고 싶은 감정'에 대한 다른 잉잉이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오늘의 레터를 시작해 볼게요!

잉잉이A

설렘이요!! 살랑살랑 봄바람같은 그 마음이 저를 온화하게 만들어 주기도하고, 또는 무언갈 열정적으로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기도하고, 제게 설렘은 다양한 감정들의 시작점 같아요. 물론 좋아하는 감정 사랑하는 감정은 덤이구요!! 그래서 소소한 행복도 설렘으로 부터 오는 것 같아요.

잉잉이B

저도 평온함이요! 저는 혼자 있을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때 주로 그 평온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 혼자 있는 상태를 좋아하는데요. 아이러니 하게도 사람을 엄청 좋아하는 편이라 친구들 만나는데 에너지를 많이 쏟곤 한답니다.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거 같아요. 혼자서 평온함을 지켜야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더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을거 같달까?

잉잉이C

저는 질투심 이에요. 저는 흔히 말하는 외적 동기가 더 중요한 사람이거든요. 혼자서 경쟁을 해야하거나, 마음 먹은 걸 해내야 할 때는 잘 되지 않지만 누군가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마음에서 활활 타올라요. '질투는 나의 힘' 이라는 시도 있잖아요? 물론 내용은 전혀 다른 방향이지만, 때로는 남들이 사는 걸 보고 나도 그만큼 해내고 싶고, 만들어 내고 싶어서 노력하게 됩니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잉잉이D

저는 가슴 벅찬 감정이요. 원래 저는 하루하루 일과 집을 반복하며 무언가에 눈을 반짝여본 적도 없었고, '살아간다'보다는 무기력하게 죽어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떤 계기로 아주 어렸을 때 말고는 느껴본 적 없던 벅찬 감정을 느끼게 되었고 그 순간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후로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살아갈 이유를 모르던 저였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마다 다 왜 이렇게 달라졌냐고 얘기하는 내내 눈이 반짝인다고 너 덕분에 본인도 용기를 얻는다며 더 좋아하더라고요. 당연히 이 벅찬 감정을 매일 느낄 순 없겠지요. 하지만 그 벅찬 감정을 느끼고 며칠을 버티고, 또 그 감정을 느끼고 며칠을 버티고 그렇게 지내다 보면 어느새 죽어가는 것이 아닌 다음 날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더라고요. 저는 이것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지켜내고 싶어요. (참고로 저는 음악과 공연 관련해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됐어요. 덕분에 벅찬 감정이라는 것이 저를 어떻게 살게 해주는 지를 알게 됐죠 :D)

잉잉이E

저는 엉뚱함이요. 엉뚱하다는 말이 그다지 긍정적인 말이 아닌데.. 왜 이 감정을 지키고 싶을까? 하면서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텐데요. 저는 어렸을때부터 엉뚱한 호기심이 참 많은 아이였어요. 그래서 왜? 그래서? 뭐가? 하면서 질문이 많았구요. 궁금한게 있으면 직접 해봐야 궁금증이 풀리기도 했고, 그래서 혼자 사부작 사부작 자잘한 사고도 많이 저지르는 아이였대요. 잉잉레터에 소개된 이야기처럼 저도 나이가 들면서 엉뚱해질 일이 잘 없었어요. 세상을 살아가다보니, 정해진 규칙에 따라 얌전히 따라야하는 경우도 많아졌죠. 그래서인지 더이상 무엇이 궁금할 일도 궁금할 필요도 없어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래서인지 저를 점점 더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해맑았고, 또 엉뚱한 질문을 하며 발랄했고, 엉뚱한 행동들로 주변에 웃음을 주었던 그 모습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저였나봐요.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순응하고 차분해지다보니 오히려 그런 엉뚱하고 밝은 이미지의 제가 그리워져서.. 요즘엔 그 엉뚱함을 되살리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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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처음 무너지던 날

매주 일요일은 에디터로서, 구독자분들이 보내준 사연을 정독하는 날입니다. 해가 지면 차분한 음악을 틀고 마음을 가지런히 한 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읽어 내려가요. 그중 한참 제 눈길을 끌었던 질문이 있었으니, 이것만큼은 다음 레터 본문에 그대로 실어야겠다고 다짐했죠.

세상이 무너져 내린 경험이 있는지,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왜 그는 세상이 무너져 내린 경험이 궁금했을까요? 아마 그의 세상이 최근에 무너져 내렸기 때문은 아닐까요. 살아가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을 마주할 때마다, 저는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없는지 애타게 찾아다니곤 했답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위로가 되었거든요. 구독자분의 세상이 실제로 붕괴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잉잉레터가 해줄 수 있는 건 세상이 무너졌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제 이야기를 먼저 해볼게요. 중학교도 들어가기 전, 어릴 적의 일이에요. 가족들의 단면을 잠깐 소개하자면요. 아빠는 불같은 성격에, 할머니는 걱정이 참으로 많은 분이셨어요. 둘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방 한구석에서 가슴을 졸이곤 했지요. 그런 마음을 차분히 쓸어주셨던 게 엄마였어요. 매사에 느긋하고 태평한 분이셨거든요. 당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저는 그런 엄마를 보면서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은 아닌가 보구나' 하며 안심할 수 있었어요.

잠시 다른 얘기입니다만, 김광석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이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그녀의 웃는 모습은 활짝 핀 목련꽃 같애. 첫 소절을 듣고 좋아하는 마음을 어쩜 이렇게 지순하게 표현할 수 있나, 감탄했던 기억이 나요.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내 곁을 떠나갔다는 가사로 마무리되는 이 곡은 얼핏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한 쌍 연인의 이별을 노래하는 것 같은데요. 이 노래의 '그녀'가 실은 '어머니'를 뜻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은 제게 굉장히 사적인 의미를 지닌 곡이 되었어요.

이야기는 다시 어릴 적으로 돌아갑니다.

그날은 놀토가 아닌 토요일이었지요.

학교에 가야 하는데

엄마가 오늘은 집에 있으라며

저를 붙잡았어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엄마 오늘 놀토 아닌데?

응 엄마도 알아

나 아픈 데 없는데?

그것도 알아

열세 살의 나이에도 직감할 수 있었어요. 아주아주 큰 일,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가 다가오겠구나. 마음의 준비를 했지요. 아직도 선명해요. 엄마와 저 둘뿐이었던 고요한 집. 반지하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에 유난히 채광이 좋았던 날. 엄마가 저를 꼬옥 끌어안고 울었어요. 늘 태평하던 엄마의 난생처음 보는 울음. 그런 엄마를 사르르 품던 햇살. 엄마 품 안에서 저는요, 그저 멍을 때릴 뿐이었어요. 건전지가 빠진 로봇 장난감처럼. 그때가 아마 제 세상이 처음으로 무너졌던 날일 거예요.

김광석의 노래처럼 그녀는 처음 울었던 그날 제 곁을 떠나가고 말았답니다. 누구도 원망하지는 않아요. 단편 영화처럼 남아 있는 그 시절 아빠의 붉은 얼굴도, 수심이 깊은 할머니의 얼굴도, 덤덤하던 엄마의 얼굴도. 모두 단면일 뿐이에요.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어요. 어떻게,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을 것 같았던 제 세상도 어찌어찌 보수가 되기는 하더랍니다. 차마 '복구'라고는 못하겠지마는요. 이제는 그저 모두의 마음에 평온함이 들길 바랄 뿐이에요.

이야기 나누기

📘 뇌는 고통을 아픔으로 잊으려 한다

1. 뇌에서 고통을 느낄 때는 누가 때려서 아프건, 실연을 당해서 아프건, 모두 거의 같은 통증 영역을 활성화시킨다.

2. 몸과 마음의 아픔이 둘 다 구분 없이 뇌에서는 같은 아픔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말이 칼보다 상처가 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3. 고통을 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내가 경험했던 고통과 다른 종류의 자극을 뇌에 주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4. 예를 들어, 슬픈 음악을 들으며 감정에 몰입하게 되면 고통을 덜 느끼게 된다고 한다. 뇌에서 프롤락틴(Prolactin)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 슬픈 감정을 온전히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의 감정 영역들이 고통의 기억을 저장할 때 좀 더 완화된 형태로 다시 저장할 수 있게 도와준다.

5. 마음이 힘들고 스트레스 받을 때,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혀가 느끼는 맛은 단, 짠, 신, 쓴, 감칠맛, 이렇게 다섯 가지 맛의 수용체로 느낀다. 하지만 매운 맛은 통각 수용체가 느낀다. 즉, 뇌 입장에서 매운 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의 신호다.

6. 당장에라도 죽을 것 같이 매우면, 뇌는 정말 큰 일이 난 줄 알고 "죽지 마" 이러면서 고통을 완화시키는 엔도르핀을 분비한다. 이때 다른 종류의 모든 아픔도 동시에 완화된다. 그래서 매운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잠시나마 고통을 잊을 수 있다. 개인차는 있지만.

7. 고통에 익숙해지는 건 실제로는 불가능한데 우리가 스스로의 뇌를 속이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픔은 경험할 때마다 아프다. 우리는 그 아픔을 인지하지 않기 위해 그것을 부정하거나 또다른 아픔으로 덮어버리려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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