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은 저에게 별일 아닙니다. 외려 크게 울고 나면 시원한 느낌이 들어 귀하다는 생각도 들지요. 그러니 울지 못하는 게 별일이라면 별일이겠네요. 그래서 저는 기회만 된다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오열하는 편이에요. 극장에서 울고 지하철에서 울고 도서관에서 울고 회사 구석에서도 울고 걸으면서 울고 샤워하면서 울고 소세지 구우면서도 울고요. 오늘은 집 가는 버스 안에서 울었어요. 외국의 한 소년이 피냐타(사탕과 과자로 채워진 인형)를 막대기로 차마 때리지 못하고 꼬옥 안아주는 짧은 영상이 울음의 단추가 되었거든요. 소년이 인형의 어깨에 고개를 한참 파묻고 있는데 잠시 제가 인형이 된 기분이 들었어요. 물리적 감각은 없지만 정신이 소년에게 안긴 기분. 그때 눈물이 났어요.

울음은 결핍과 욕구를 투영하는 것 같습니다. 글로 적기엔 조금 그렇지만 누구에게 안겨본 지 오래 되었거든요. 누군가 저를 안아주는 꿈을 주기적으로 꿉니다. 타인의 어깨에 내 무게를 싣는 일. 꿈에서나 느껴보는 그 감각. 지금 달리는 버스가 전복되면 안길 육체도 사라질 텐데. 더 늦기 전에 누구에게라도 안겨보고 싶지만 바람대로 되지는 않네요. 의례적인 포옹은 어쩐지 와닿지 않아요. 살이 닿을 일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에게 '한 번만 안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진지한 얼굴로 묻고, 그가 허락한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제 무게의 일부를 잠시 그에게 얹고 싶습니다. 그러고 나면 산다는 게 무엇인지, 한동안 묻지 않아도 좋을 것만 같아요.

'잉잉이님은 어떤 눈물버튼을 가지고 있나요?' 잉잉레터 1호의 질문이었어요. 발행한 지 벌써 일년이 훌쩍 넘었네요. 그땐 '절대 울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의 울음'을 제 눈물버튼이라 소개했거든요. 요즘은 같은 소재로 눈물샘이 자극되지 않으니 그간에 변화가 있기는 했던 모양입니다. 이렇듯 제가 가진 눈물버튼이 지난 해와 달라지기도 했고, 또 잉잉레터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은 새로운 분들과 함께하게 되었기에 오늘은 1호와 같은 질문을 드려봅니다. 잉잉이님은 어떤 눈물버튼을 가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