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잉이님은 존경하는 사람이 있나요?

2023. 6. 6.

💦 존경하는 사람이 있나요?

잉잉이님 안녕하세요, 한 달 금방이지요? 고 사이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장미도 만개하고, 며칠 시원하게 비도 쏟아지고, 가만 있어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계절이 찾아왔어요. 다음 레터의 인삿말을 쓸 적에는 얼마나 더 더워지려는지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잉잉이님은 메일함에 꽂힌 잉잉레터를 보고 '헉 벌써 또 한 달 지났어?' 하고 시간의 빠름을 절감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존경'이라는 귀한 감정에 대해 글을 적어보았어요. 그 전에 지난 호 질문으로 다른 잉잉이들이 남겨준 '한 달 동안 있었던 좋은 일' 먼저 나누고 갈게요. 잉잉이님, 오늘도 잉잉레터를 펼쳐주셔서 감사드려요😊

잉잉이A

큰 시험이 얼마 안 남아서 고생중인데 형이 방금 고생 많다며 기프티콘 보내줬어요 ㅠ 매일 3시에 자서 7시에 일어나는 걸 인증 카톡방에 올리면 친구들이 하트를 눌러줘요. 혼자 싸우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하루 버틸 만큼의 용기를 얻어요 ㅠ

잉잉이B

출근하기 싫어 괴로운 아침과 지옥철안에서 우연히 바라본 창가에 한강뷰와 날씨가 좋아 저 멀리 보이는 잠실타워의 모습들이 어우러져 잠시나마 여행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 기분을 나누는 와중에 자리가 생겨서 앉았네요! 개이득!! 🥰

잉잉이D

강아지와 산책하는 주변 공원에 꽃이 한가득 심어졌어요. 이름도 모르는 꽃들을 보며 잠시나마 꽉 차게 행복했어요. 잠들기 전의 강아지 꼬순내가 제일 강하고 뜨끈하고 농축돼서 꼭 맡고 자요. 이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해요. 직장 선배와 점심 먹으면서 K-장녀 이야기로 한 시간 내내 서로 공감하고 웃었어요. 이해 받았던 그 순간이 참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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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경하는 사람이 있나요?

자랑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칭찬을 들었거든요. 글도 쓰고, 포토샵도 다루고, 영상 편집도 할 줄 안다고, 대단하다고 말했습니다. 직장 동료가 저한테요! 저를 보면 스스로가 작아진다고 나지막이 덧붙였어요. 저를 멋지게 봐주셔서 감사했지만 실은 석연치 않았죠. 제가 보기엔 그 동료가 훨씬 멋진 사람이거든요.

제가 기술을 배웠던 마음의 기저에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허영심과 절박함이 있었어요. 조금이라도 관심을 얻고 싶어서 이것저것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재주가 늘어난 것이지요. 그런데 저의 동료는요, 기술과 별개로 회사에서 꼿꼿한 사람이에요. 제게서 앞서 나열한 기술을 덜어낸다면 저는 회사에서 쥐포처럼 금방 납작해지고 말 텐데요. 동료는 그런 거 상관없이 존재만으로 충분한 사람처럼 보였어요.

그 동료가 언젠가 스치듯 저를 '친구'라고 얘기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 한 달 내내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되면 회사에 출근 안 할 거냐는 저의 물음에 "친구들 보러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할 것 같다"고 답을 주었던 것인데요. (그 '친구' 안에 저도 포함되어 있었던 거 맞겠죠..?) 아무튼, 기뻤습니다. 저는 살아가면서 친구를 만드는 일이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를 친구로 삼는다는 것은 자신이 그 친구 안에 존경할 만한 그 무엇, 인간으로서 어떤 동경을 품고 있음을 뜻한다' 라던 니체의 말이 생각납니다. 곰곰 생각해 보면 맞는 말씀입니다. 동료를 존경해요. 웃음이 많은 사람이지만 웃기지 않은 말엔 웃지 않는 단호함, 장거리 통근에 굴하지 않고 일 바깥의 삶을 돌보는 부단함, 타인의 아픔에 함께 찌푸려지는 얼굴, 그리고 무엇보다도, 말이 아니라 삶으로 철학하는 태도를 존경해요.

당사자가 이 글을 보면 소설을 써놨다고 손사래를 칠지도 모르겠어요. 그도 사람이니 이따금 흐트러지기도 하겠지만, 분명 그에게서 빛이 나던 순간들을 기억합니다. 머리에 필름 사진처럼 남은 그 순간들을 언젠가 글로 풀어내야지- 했던 게 오늘의 레터가 되었네요. '존경'이라는 귀한 감정으로 레터를 채울 수 있게 해준 동료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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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남겨주시면 하나를 선정하여 카툰으로 그려드립니다🎨
제작된 카툰은 잉잉레터 및 스튜디오잉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될 수 있습니다.

📘 '친구'에 대한 니체의 말

1. 함께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즐거워해야 친구를 만들 수 있다. 질투와 자만은 친구를 잃게 만들기에 경계해야 한다.

2. 누군가를 친구로 삼는다는 것은 자신이 그 친구 안에 존경할 만한 그 무엇, 인간으로서 어떤 동경을 품고 있음을 뜻한다.

3. 자신과 친구에 대해서는 늘 성실하라. 적에 대해서는 용기를 가져라. 패자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어라. 그 밖의 모든 경우에 대해서는 언제나 예의를 지켜라.

4. 친구가 되었을 때 다음의 관계가 유지된다고 말할 수 있다. 상대를 자신보다 존중한다. 상대를 사랑한다. 그러나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은 아니다. 상대와의 교제에서는 적어도 친밀함과 온화함으로 다가간다. 그렇지만 옴짝달싹 못하는 과한 친밀함에 빠져들 정도는 아니다. 상대와 자신을 혼동하지 않고 서로의 차이를 잘 이해한다.

5. 지나칠 정도로 친밀한 태도를 보이는 것. 이것저것을 구실 삼아 상대와의 친밀함을 얻어내려 하고, 필요 이상의 연락을 빈번히 해오는 사람은 상대의 신뢰를 얻었는지 전혀 자신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미 서로 신뢰하는 사이라면 친밀한 감정에 의지하지 않는다. 제삼자의 눈에는 오히려 무미건조한 교제처럼 보일 수도 있다.

6. 어린아이는 인간관계를 돈벌이나 이해관계, 연애로 시작하지 않는다. 일단은 친구관계에서 시작한다. 좋은 친구관계를 쌓아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정은 다른 인간관계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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